명품숍엔 떼강도, 거리엔 짝퉁 기승
LA지역 한복판에서 ‘위조 명품’ 판매 행위가 다시 판을 치고 있다. 명품 업소들이 떼강도에 잇따라 털리고 있는 가운데, 암시장 등에서는 소위 짝퉁 판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코트라 LA무역관도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함께 위조상품 대응 전략 세미나를 개최할 정도로 사안은 심각해 보인다. 지난 6일 정오, LA지역에서 짝퉁 판매 활동이 잦은 자바시장의 샌티 골목(santee alley) 앞이다. 취재 수첩을 숨긴 채 두리번거리며 여행객 행세를 했다. 대낮인데도 10여 명 정도의 호객꾼이 행인이 지나갈 때마다 넌지시 말을 건네고 있다. 그중 한 히스패닉계 남성이 슬쩍 다가왔다. “뭐 찾아요. 루이뷔통, 프라다, 에르메스 다 있는데…” 어떤 제품이 있느냐며 물건들을 지금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이 남성은 곧장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판매 장소는 따로 있는 듯했다. 두 블록 정도 함께 걸었다. 남성용 지갑과 가방 등을 찾고 있다고 했고, 어떤 종류의 브랜드와 상품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 남성은 “혹시, 경찰은 아니겠지?”라며 “한동안 뜸했다가 요즘 다시 ‘위장 수사(undercover)’ 활동을 하는 수사관들이 있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호객꾼이 움찔한 데는 이유가 있다. CBP의 위조품 월별 적발량이 팬데믹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CBP에 따르면 지난 7월에만 1698건의 적화물 등을 압수했다. 압수된 위조품 규모 액은 무려 1억6500만 달러 이상이다. 그만큼 CBP가 ‘매의 눈’으로 위조품 시장을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11가와 메이플 애비뉴 인근 한 노점 앞에 이르렀다. 천막 형태의 판매대에는 크고 작은 그림이 놓여 있었다. 안내했던 호객꾼이 노점 앞 흑인 남성과 잠시 귓속말을 나눴다. 이후 흑인 남성이 판매대 위에 놓여있던 그림들과 담요를 걷어내자 순식간에 짝퉁 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략 50여 개 정도의 위조품이 진열돼 있었다. 그중 한 루이뷔통 짝퉁 지갑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피면서 “제품이 다소 엉성해 보인다. 어디에서 만든 제품인가. 어디에서 가져왔나”라고 꼬치꼬치 물었다. 질문이 계속되자 순간 주변에 있던 호객꾼과 판매상이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주변을 보니 두어 명이 무리를 지어서 망을 보며 경찰이 오는지 살피는 듯 했다. 판매상인 흑인 남성의 말투는 급했다. 그는 “대부분 중국이나 터키에서 왔는데 구매처는 따로 알려줄 수 없다”며 “찾는 물건이 무엇이냐”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CBP에 따르면 위조품은 판매자 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고의적일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CBP 제레인 알코르도 공보관은 “짝퉁 제품을 다량 구매했다가 이를 재판매해 이익을 얻거나 어떤 의도성을 갖고 제품을 양도할 경우 중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판매 수익이 테러나 인신매매 등 다른 범죄 활동에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위조품을 구매하는 행위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샌티 골목을 중심으로 자바 시장 주변으로 최근 짝퉁 판매 행위가 부쩍 늘었다는 게 업주들의 전언이다. 자바시장 내 한 한인 관계자는 “대규모 단속 등으로 한동안 뜸했는데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짝퉁 판매상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며 “자동차 트렁크에 짝퉁을 넣어두고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고 일종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반 소문이 돌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등 매우 조직적”이라고 말했다. 단속은 법집행기관만 하는 게 아니다. 수사기관과 별개로 명품 제조업체들도 진행한다. 형사법 김기준 변호사는 “상표권과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도 사설 업체를 따로 고용해서 짝퉁 판매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돌며 조사를 진행한다”며 “그렇게 얻은 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넘기는가 하면 나중에 짝퉁 판매상에게 사설 업체 조사 비용도 청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짝퉁 판매 노점상들을 둘러본 뒤 11가와 메이플 애비뉴로 다시 가봤다. 호객꾼이 안내했던 그 자리다. 짝퉁 제품은 온데간데없고 싸구려 그림만 걸려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짝퉁 판매 짝퉁 판매가 짝퉁 제품 판매 행위